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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눈물을 흘린다 -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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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섹스게이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0-03-13 02:04 조회 4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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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길었던 기철의 두 번째 고백이 끝나자마자, 가면 쓴 사내는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기철은 화면 속 가면 쓴 사내의 그 모습을 덤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재밌군. 아주 재밌어. 이봐, 친구. 친구의 인생이 참 스펙타클 하구만... 흐흐.]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말보다는 그 옆에서 정신을 놓고 있는 아내가 신경 쓰일 뿐이었다. 가면 쓴 사내의 반응을 보아하니, 어쩌면 이번의 고백도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이번에는.... 내 고백이...”



[노노노. 너무 성급하지 말라고. 먼저 친구에게 묻겠네. 그 뒤 명숙은 어떻게 됐나?]



“음... 징역을 살았다고 하는데... 그 뒤로는 나도 모르지. 그런데 왜 그게 궁금한가?”



[그냥 호기심이라네. 친구의 이야기가 너무나 재밌으니까. 흐흐흐. 하나 더 물어보지. 그 뒤에 성희와 기천은 어떻게 되었나?]



가면 쓴 사내의 두 번째 질문에 기철은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가면 때문에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가면 쓴 사내가 기천이란 말인가.



“기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 사정 이유로 자퇴를 했지... 그리고 그 후는 나도 모르네. 네가 잘 알지 않을까?”



[흐흐흐. 친구는 내가 기천이라고 생각을 하는 군.]



“........”



[좋아. 내가 말해 보도록 하지. 그 뒤로 기천은 집안 사정을 이유로 자퇴를 했지. 그리고 성희는 그 날의 충격으로 정신병에 걸렸고 말이야.]



“....................””



[성희는 정신병원에서 3년을 살아야 했지. 그리고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해서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했지만... 우울증은 이겨내지 못했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네. 그 뒤 기천도 뒤를 따르려고 했지만... 분했단 말이지. 그래서 그 악마를 찾기 시작했다네.]



“............”



[이봐, 친구.]



“... 말 해.”



[후회하나?]



후회하냐는 가면 쓴 사내의 질문에 기철은 잠시 눈을 감았다. 물론, 그 때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큰 후회를 하고 있었다. 몇 초가 지난 후, 기철은 가면 쓴 사내에게 대답을 하기 위해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후회하지... 지금은....”



[성희와 기천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드나?]



“... 그렇다네.”



[크크크. 후회하고 미안하다... 그러나 현재 자네의 모습은 마치 남 이야기 하듯이 매우 무덤덤한 자세라네.]



“아... 아니야. 난... 기천에게 정말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네.”



[그런가? 그럼 이쯤에서 시나리오는 그만 쓰도록 하고....]



“시나... 리오?”



[크크. 결과를 알아보세.]



가면 쓴 사내는 기철이 이해하지 못할 말을 했다. 기철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가면 쓴 사내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가면 쓴 사내는 이런 기철을 무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정신을 놓고 있는 기철의 아내인 연희의 브래지어를 그대로 잡아 당겼다.



“아... 안 돼.”



가면 쓴 사내의 거칠 것 없는 행동에 연희의 몸에서 브래지어가 벗겨져 버렸고, 아담하지만 핑크 빛 유두가 매력적인 그녀의 가슴이 드러났다. 가면 쓴 사내는 연희의 왼쪽 가슴을 오른 손으로 움켜쥐며 기철에게 말을 했다.



[크크크. 이번에도 내가 이겼네.]



기철은 공황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내인 연희의 가슴이 노출되는 것도 모자라 가면 쓴 사내가 연희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철은 이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그리고 엄청난 무력감이 몸을 더욱 더 처지게 만들고 있었다.



“너... 넌....”



[크크크. 아주 멋진 가슴이야.]



“그... 그만....”



[좋아. 친구의 요청대로 그만 하도록 하지. 크크.]



정신을 잃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연희의 가슴을 주무르던 가면 쓴 사내가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기철을 바라본다.



“너... 넌....”



[크크크.]



“기... 기천이 아니었던 말인가?”



[크크크크크크.]



기철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가면 쓴 사내가 기천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가면 쓴 사내는 자신을 조롱하는 웃음소리만 낼 뿐, 정확히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기... 기천...”



[이봐, 친구. 평소의 자네답지 않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자네가 아직도 모르겠는가?]



“무... 무슨...”



[당연히 난 기천이 아닐세. 내가 만약에 기천이었다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지. 바로 친구를 찾는 순간 씹어 먹어 버렸을 테니까. 크크크. 그리고 성희와 기천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처음 듣는 것일세. 다시 말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네.]



“그.. 그러면... 저... 정신병... 자살은... 어떻게...”



[시나리오... 그냥 그 뒷이야기를 나 혼자 추측해본 것일세. 아들 앞에서 강간을 당하고, 또 강압에 못 이겨서 아들과 성관계를 한 어머니... 자네가 성희라는 여자였다면 맨 정신에 살아갈 수 있겠는가? 크크크.]



기철은 철저하게 가면 쓴 사내에게 조롱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철은 가면 쓴 사내에게 어떠한 반항도 할 수가 없었다. 아내인 연희를 구해야 했으니까.



[난 친구가 마음에 든다네. 나한테 피해를 줬던 일만 빼면 말이지.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름 감동도 받았다네. 18살의 나이에 첫 강간을 그렇게 대범하고 치밀하게, 또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니... 크크. 나로서도 꿈도 못 꾼 일을 자네는 해냈으니... 만약 우리가 이런 악연이 아닌 어릴 적 친구 관계를 맺었다면 좋은 한 팀이 되었을 텐데 말이야... 흐흐.]



“... 그... 그건...”



[그러나 한편으로 아쉬움도 든다네. 그렇게 치밀한 자네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말이야.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상황도 자네는 겪지 않을 수 있었겠지. 크크.]



“실수라니?”



[다시 말하지만... 그건 자네가 나에게 고백을 해야 할 사항이네.]



기철은 두 번이나 자신의 치부를 고백했지만, 가면 쓴 사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자, 다시 한 번 옛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면 쓴 사내라고 짐작되는 인물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그런 인물이 그려지진 않았다.



“도대체... 넌... 누구지?”



[이봐, 친구. 친구와 난 비슷한 점이 있다네.]



“... 무슨?”



[지금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난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네. 자네가 완벽한 강간을 만들기 위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



[물론, 그렇게 많은 준비를 하긴 했지만 나 역시 자네의 모든 것을 알 수가 없다네. 그리고 이 계획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



“...........”



[눈치 채고 있었을 거야. 아주 간단하네. 자네가 이 게임을 포기하고 도망가면 되는 일이니... 그리고 시간을 두고 자네의 능력으로 나를 추적하면... 난 잡힐 확률이 매우 높겠지. 흐흐.]



“도망...”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말을 들으며 ‘도망’이라는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내 계획이 잘 풀리고 있지. 생각보다 아내를 많이 사랑하는군. 그런데 자네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네.]



“무.. 무엇이지?”



[이 계획을 세우면서 자네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다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네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지. 그리고... 크크. 자네의 고백을 들으면서 꽤나 냉혈한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자네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 그렇다면 이 상황을 왜 피하지 않는 건가?]



“그... 그거야... 아내를....”



[사랑... 좋지. 그런데 말이야. 자네의 인생이 걸려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단 한 번도 그 상황을 회피한 적이 없었나? 도망을 간 적이 없었나? 그리고 또 실수를 한 적이 없었나?]



가면 쓴 사내의 연속된 질문에 기철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가면 쓴 사내로 짐작되는 인물이 한 명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철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크크.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겠는가?]



“아... 아니야... 그럴 리가....”



[크크크.]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것도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 남자가 가면 쓴 사내로 나타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이었기 때문이었다.



‘부... 분명.... 확인을 했었어... 그... 그런데 어떠...어떻게...’



가면 쓴 사내를 바라보고 있는 기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세 번째 게임을 시작 하겠나?]



“..........”



그러나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말이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오로지 과거의 그 남자와 현재의 가면 쓴 사내를 매치 시켜보려고 했지만, 상식적으로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저... 정말... 그인가?”



[크크크. 그야 자네가 고백을 할 사항이지. 이제 세 번째 게임을 시작할 시간이네. 어떤가? 아니면 이대로 게임을 포기하겠는가?]



가면 쓴 사내가 연희의 가슴을 다시 한 번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철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급하게 가면 쓴 사내에게 말을 했다.



“그... 그만. 알았어... 알았다니까.”



[크크크. 좋아. 이제 세 번째 게임을 시작하겠네.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았군.]



가면 쓴 사내가 정신을 잃고 있는 연희의 한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연희는 새하얀 팬티 하나만 몸에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기철은 머릿속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피할 틈이 없었다. 이번에도 실패를 한다면 가면 쓴 사내에 의해서 아내가 더럽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시작하게.]



가면 쓴 사내의 말이 끝나면서 기철은 마른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고 입을 열며 천천히 옛 이야기를 시작했다.



***



(세 번째 고백)



13년 전, 공익근무를 마친 기철은 24살의 나이에 다시 대학에 복학을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기철은 인생에서 큰 변화를 맞게 되었는데, 그동안 자신의 분신마냥 생각했던 공부를 등한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 공부보다는 경제적으로 직접 와 닿는 주식의 세계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기철은 자신이 더 큰 사람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다른 사람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을 큰 사람이 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학벌만 좋을 뿐 다른 사람에게 내세울 건 하나도 없었다. 가족은커녕 믿을만한 친구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욱 더 돈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20살 이후 J 고아원에서 독립하면서 기철은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는데, 그것도 과외가 전부였다. 그나마 학벌이 좋아서 고액 과외를 할 수 있긴 했지만, 자신의 튼튼한 인생을 다져 줄은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기철은 이렇게 공부를 해서 대학을 나와 봐야 월급쟁이 밖에 되지 않음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럴 바에는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세상에 대한 큰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게 바로 주식이었다.



기철은 공익근무요원을 대학 도서관에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틈이 나는 대로 주식관련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익근무가 끝나면 야간에는 과외를 뛰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주식공부와 과외를 통해서 목돈을 모으는 것을 반복했고, 대학에 다시 복학 할 때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그리고 수중에는 약 3천만 원이라는 큰돈도 모을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두뇌 하나는 자신이 있었고 남들보다 공부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기철은 2년 여 간의 주식 공부를 하면서 큰돈을 모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래서 자신의 전 재산과 다름없었던 3천만 원을 가지고 주식 계좌를 만들었고, 본격적으로 주식의 세계에 발을 담갔다.



처음에는 승승장구였다. 간혹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철이 손을 대는 종목 대부분은 급등을 했고, 기철의 계좌에는 점점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식 세계에 입문한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원금 3천만 원을 훌쩍 넘는 약 1억 5천만 원의 돈이 기철의 계좌에 있었다. 무려 두 달 만에 3천만 원을 가지고 1억 2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었다.



1억 2천만 원이라는 돈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1년에서 6년 정도의 연봉을 합친 것과 같았다. 기철 역시 고액 과외를 하면서 2년 넘게 뼈 빠지게 모은 돈이 3천만 원이었는데, 증권사 HTS를 통해서 클릭 몇 번만 했을 뿐인데, 두 달 만에 이런 큰 수익을 내자 기철은 큰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뼈 빠지게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우습게 생각 되었다. 이렇게 머리만 쓰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왜 그렇게 고생하면서 버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이렇게 몇 년 만 주식을 하면 수십 억, 수백 억 부자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 기철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철의 자만심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주로 급등 주를 찾아서 매매하던 기철은 자만심과 욕심으로 인해서 자신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단기 고점에 물려서 며칠 만에 30-40% 이상 손해를 보기도 했으며,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몇 백 원 짜리 동전 주식을 사서 큰 기대를 했지만, 매수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거래 정지가 되고, 이어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도 했다. 순식간에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자 기철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쉬어라’는 주식 격언을 잊고, 더욱 더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그리고 기철이 정신이 차렸을 때에는 그의 손에 단 돈 몇 백만 원만 남았을 뿐이었다.



시장은 냉혹했다. 주제를 모르고 시장에 덤빈 개미에게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철저하게 밟아버렸다. 그리고 기철도 그렇게 시장에 밟혀버린 수많은 개미 중 하나였다. 기철은 뒤늦게 후회하긴 했지만, 이미 시장에 큰 수업료를 낸 상황이었다.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제는 주식을 끊든지, 아니면 남은 돈을 원금으로 생각하고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는 선에서 다시 주식 시장에 발을 디디는 것 뿐 이었다. 며칠을 고민한 기철의 선택은 후자였다.



기철은 주식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그리고 이전과 다르게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서도 중요시 여겼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많이 알아도 자신의 욕심을 제어하기 힘들면 손해를 볼 수 밖 에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은 돈으로 소극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1만원의 수익이 나면 매도를 하기도 했고, 10만원의 수익이 나면 또 시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복리 효과를 믿었지만, 투자 자금이 적었기 때문에 기철로서는 욕망으로 가득찬 시장과의 지루한 싸움이 계속 되었다.



수십 프로 혹은 수백 프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에서 아주 적은 수익에 감사하며 주식을 하는 것은 일종의 고통이었다. 기철 역시 그러했다. 한 번 크게 데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매매는 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지만, 시장은 매 시간, 매 분, 매 초 기철을 유혹했다. 하지만, 기철은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절대 시장에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려고 노력했다.



자신을 제어하는 것, 이것만큼 세상에 힘든 것은 없다. 그리고 자신을 제어하는 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었다. 기철은 적은 수익이었지만, 수익을 보는 상황에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욕망을 제어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수익을 보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주식을 끊을까’라는 진지한 고민도 하긴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차라리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다.



기철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방법으로 그동안 많은 경험이 있었던 ‘강간’을 선택했다. 아무도 모르게 여자를 강간하는 것은 욕구 해소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완벽하게 성공했다’라는 짜릿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주식 시장에서는 시장에 겸손할 수 밖 에 없는 자신이었지만, 강간을 할 때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 대단한 승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기철이 주식 세계에 발을 디디면서 강간 횟수는 더욱 더 잦아졌다.



기철이 강간을 좋아했던 이유는 노력한 만큼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주식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반드시 수익을 내리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강간은 많은 분석과 치밀한 계획만 세운다면 그 누구도 자신을 잡을 수가 없음을 몸소 겪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강간을 한 기철이었지만, 여태껏 단 한 차례도 누구에게 의심을 받은 적도 없었다. 수많은 경찰마저 속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자신감은 기철의 치밀한 계획 하에 나온 것이었고, 그럴수록 기철은 강간의 마력에 빠질 수 밖 에 없었다.



“씨발.”



5월장의 마지막 날, 기철이 며칠 전에 매수한 파미셀이라는 줄기세포 관련 주식이 장중 특허권 침해 소송에 휘말리면서 하한가를 맞았다. 다행히 기철은 특허권 침해 소송 관련 뉴스가 뜨자마자 재빠르게 전량 매도를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5%의 손해를 피할 수는 없었다. 특허권 침해 뉴스가 뜨기 전에는 약 8% 정도 상승을 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기철로서는 다시 한 번 주식의 어려움과 함께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좆같네. 장 막판에 어차피 매도를 하려고 했는데... 왜 하필 장중에 기사가 떠 가지고....”



주식을 하면서 수익을 내다가 예상치 못한 악재로 손해를 보게 되면 그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는 법이었다. 기철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전량 매도를 했고, 바로 HTS 창을 꺼버렸다.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억지로 주식에 관심을 둘 이유도 없었고, 최소한 며칠 정도는 쉬는 게 오히려 향후 주식 매매에도 도움이 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날은... 역시 빠구리지.”



기철은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면 성관계 - 여자는 강간을 당하는 것이지만, 기철에게는 성관계이다. - 를 통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날짜를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 거사를 치르기로 결심했다. 결심에 선 기철은 자신의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펼쳤다.



“음... 누구로 하지.”



강간의 경험이 많은 기철은 이제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었다. 기철은 우발적인 강간은 지양했다. 철저히 계획 하에서 강간을 시도했는데,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수록 안전성이 보장됨을 이미 몸소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이 년으로 해야겠군.”



기철이 펼친 수첩에는 세 명의 여자들 사진과 함께 프로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각 여자마다 강간에 대한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 수첩은 일종의 기철만의 강간 리스트였다. 이 리스트는 기철이 많은 공을 들여 작성을 했는데, 예를 들어 강간의 대상자인 여자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한두 달에 걸쳐서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물론, 그 여자는 전혀 기철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이름이 최미영이라... 흐흐.”



오늘 기철의 강간 대상자로 당첨 된 미영 역시 기철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기철은 미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기철이 미영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한 달 전, 학교 주변에서 여자 지갑을 하나 주었는데, 그 주인이 바로 미영이었다. 지갑 안에는 미영의 신분증과 카드, 그리고 얼마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지갑 안에는 그 외에도 열쇠 하나가 더 들어 있었다.



아마 열쇠만 없었다면 미영이 기철의 강간 리스트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현금만 빼고 지갑은 그대로 버렸을 테지만, 열쇠를 발견하면서 기철의 생각이 달라졌다. 더구나 신분증을 통해서 미영의 얼굴과 나이를 확인한 기철은 그때부터 미영에 대한 사전 조사에 들어갔다. 일단 미영의 신분증을 통해서 그녀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집을 찾았다. 미영이 살고 있는 집은 학교 - 기철은 학교 근처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 에서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었고, 오래 된 5층짜리 아파트였다. 미영은 302호에 살고 있었다.



기철은 미영이 살고 있는 집을 확인 한 후, 약 이주일 간 저녁을 먹은 후 운동 삼아 미영이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파트 건물 주변에서 미영이 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기철이 강간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했는데, 운이 좋게도 - 기철에게는 운이고 미영에게는 불운이었다. - 미영이 혼자 살고 있음을 확신 수 있었다. 그 근거로는 일단 일주일 넘게 기철이 확인한 결과 302호에는 저녁 7시까지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미영이 집을 들어가면 불이 켜졌다는 것과 우편함에는 미영을 제외한 다른 사람 이름의 우편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사실은 하루 이틀 정도 관찰하면 어느 정도 추측을 할 수 있었지만, 관찰 기간이 길수록 더욱 더 확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철은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렇게 미영이 혼자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든 기철은 평일 낮에 미영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았다. 그리고 초인종을 한 번 눌러 본 후,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철은 약 30분 간 미영이 살고 있는 집안 내부를 관찰했다. 그리고 집을 나오면서 이제 완전히 미영이 혼자 살고 있음을 확신이 아닌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미영이 혼자 살고 있음을 확인한 기철은 곧바로 미영의 집 주변 지리를 탐색했고, CCTV 유무와 함께 혹시 모를 도주로를 확보했다.



미영에 대해 사전 조사를 완벽히 끝낸 후, 그녀는 기철의 강간 리스트에 올랐다. 그리고 약 2주가 지났다. 물론, 조사가 끝난 후 미영에 대한 강간 계획을 바로 실행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강간 리스트에 먼저 오른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기철은 그 2주 사이에 벌써 다른 3명의 여자를 강간 했다.



그리고 기철에게 있어 오늘의 목표는 미영이었다.



결정을 내린 기철은 평소 때처럼 강간에 대한 준비를 했다. 기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검은 가방 안에 두건, 장갑, 바인드 끈, 청색 테이프, 디지털 카메라를 챙겼다. 그리고 채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시계로 알람을 밤 11시에 맞추는 것을 잊지 않았다.



따르르릉.



밤 11시가 되자 알람이 울기 시작했고, 기철의 침대에 누운 채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보통은 이 시간에 일어나면 피곤해서 계획 실행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기철은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머리도 맑은 것이 쉽게 일이 풀릴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 나온 기철은 검은 계통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했던 강간을 위한 준비물이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후훗.”



초여름의 시작이었지만, 밤공기는 상쾌했다. 기철은 그렇게 미영의 집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약 30분이 지나서 미영의 집 주변에 도착을 한 기철은 밖에서 302호 창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직 자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302호 창에서는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밝은 불빛이 아닌 것으로 보아 미영은 텔레비전을 보고 있지 않을까 추측한 기철은 302호를 뒤로한 채, 도주로를 한 번 다시 짚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이 계획한 도주로를 걷기 시작했다.



기철은 도주로를 두 번이나 왕복해서 시간을 보냈고, 이제 시간은 자정이 훨씬 넘어 있었다. 미영의 집 주변으로 돌아온 기철은 주차되어 있는 차 뒤에 숨어서 302호 창을 계속 쳐다보았다.



“씨발. 빨리 쳐 자지.”



기다리기가 지루했던 기철이 홀로 중얼거렸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302호의 창에서 불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기철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1시였다.



“이제 쳐 자나 보네. 많이 자 둬라. 존나게 먹어 줄 테니까.”



집으로 침투해서 하는 강간은 기철에게 있어 그 어떤 강간보다 큰 즐거움이었다.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 여자를 강간하면 질릴 때까지 여자를 가지고 놀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거리 강간도 몇 차례 경험이 있던 기철이었지만, 길거리 강간은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고, 여유를 가지고 강간을 할 수도 없었다. 때론 여자가 소리만 쳐도 도주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하는 강간은 달랐다. 해가 뜨기 전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이제 가 볼까.”



302호 창에 불이 꺼지고 약 30분을 더 기다린 기철이었다. 여자가 충분히 잠에 빠질 시간까지 계산한 기철은 주위를 살핀 후 계단을 통해서 302호로 올라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두건을 꺼내 얼굴에 썼고, 장갑을 꺼내 손에 끼었다.



“후훗.”



옅은 웃음소리를 낸 기철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었다. 그리고 열쇠구멍에 열쇠를 집어넣은 후 오른쪽으로 돌렸다.



찰칵.



302호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그 무엇보다. 반가운 기철이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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